▣ 우리학교 꽃 이야기②
#.예전 우리학교 정문에는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키는 4m가 조금 넘고, 나뭇가지가 무성해서 아주 멋있는 나무였다. 그 나무는 3월에 개강을 하면 벚꽃이나 목련보다 일찍 꽃을 피워 우리를 맞이해주곤 했다. 경희의료원 정문 공사를 하기 전 우리학교 정문에는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그 나무는3월에 개강을 하면 벚꽃이나 목련보다 조금 일찍 꽃을 피워 우리를 맞이해주곤 했다. 꽃이 피면 나무 전체에 노란 눈이 내린 것 같았고, 가을이 되면 빨간 열매가 맺혔다. 나뭇가지는 껍질이 벗겨지는 것 같아 조금 지저분해보이기는 했으나 봄의 노란 꽃과 가을의 빨간 열매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바로 산수유다.(사진 좌)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인가 몸에 좋다고 소문이 나면 너도나도 꼭 먹어야 하는 것처럼 난리가 난다. 어떤 식품회사에서 내보낸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는 광고로 산수유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현재 여러 형태의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먹어본 적도 없고, 먹었다는 사람도 주변에 없어서 진짜로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산수유 열매의 맛은 시고, 약성은 약간 따뜻하다고 한다. 보익간신(補益肝腎: 간과 신장을 보호함), 수렴고삽(收斂固澁: 기혈진액이 밖으로 과도하게 배출되는 것을 막는 효능)한다고 하니 효능이 없지는 않은 듯하다. 산수유(Cornus officinalis Sieblod & Zucc.)는 식물학적으로 볼 때 층층나무과(Cornaceae)에 속하고, 꽃은 3~4월에 피며, 산형꽃차례에 노란색의 꽃이 20~30개씩 달린다. 꽃잎은 4장으로 뒤로 접혀지는 것이 특징이다. 산수유라는 이름은 중국의 한약재명인 수유(茱萸)가 산에서 자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산수유와 비슷한 시기에 꽃이 피며, 크기도 비슷하고 잎이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피는 것도 같아서 혼동하기 쉬운 나무가 있다. 바로 생강나무이다.(사진 우) 멀리서 보면 구분이 쉽지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생강나무를 산수유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생강나무라고 하면 “우리가 먹는 생강이 나무였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생강나무는 잎에서 생강냄새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 우리가 먹는 생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생강나무(Lindera obtusiloba Blume)는 녹나무과(Lauraceae)의 식물로 수꽃과 암꽃이 구분된다. 꽃잎은 여섯 장인데, 깊게 갈라져있어 산수유에 비해 두 장이 많아 보이고, 산수유처럼 뒤로 접히지 않는다. 열매도 생강나무는 둥근데 비하여 산수유는 길쭉한 타원형으로 다르지만 언뜻 보기에는 차이가 없게 느껴지는 식물이다. 개인적으로 산수유와 생강나무를 멀리서 구분할 때는 꽃을 보는 것 보다 나무껍질을 보고 매끈하면 생강나무, 거칠고 껍질이 벗겨지면 산수유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 생강나무를 이야기 하다 보니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소설가 김유정의 《동백꽃》이란 작품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닭싸움으로 시작된 점순이와의 갈등구조 속에 사춘기의 두 남녀가 사랑에 눈뜨는 과정을 서정성과 해학성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내용이다. 그 내용 중에 ‘…산기슭에 널려 있는 굵은 바윗돌 틈에 노란 동백꽃이 소부룩하니 까리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백꽃은 붉은색의 꽃인데 노란 동백꽃이라니…. 김유정의 《동백꽃》에 나오는 동백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붉은색의 동백꽃이 아니라 바로 생강나무를 일컫는 말이다. 과거에는 생강나무열매에서 기름을 짜내어 동백기름처럼 사용했다고 한다. 동백나무는 주로 남쪽에서 자생하는데 비해 생강나무는 전국에 퍼져있으며, 동백기름보다 향이 좋아 사대부집안에서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이름도 생강나무라고 불리지 않고, 동백나무와 구분하기 위하여 ‘개동백나무’라고 했는데, 여기서 김유정의 《동백꽃》이 생강꽃이 아닌 동백꽃으로 붙여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른 봄 학교에 노란 꽃이 핀 나무가 있으면 산수유인지 생강나무인지 한번 구분해보시길 바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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