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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경기도 가평에서 열린 ‘제3회 케이리그컵 여자축구클럽대회’에 출전한 우리학교 여자축구클럽 ‘경희 LIONS’가 이화여대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우리학교는 지난 2010년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이후 2년 만에 왕좌를 되찾아 왔다. 여자축구팀, 그들의 축구사랑 이야기를 들어봤다.


1992년 창단되어 대한민국 여자축구계의 대들보 역할을 해오던 우리학교 여자축구부가 2004년 해체됐다. 해체의 주 요인은 예산부족. 협회가 매년 지원해오던 5천 만 원의 국민체육진흥기금이 지원 기한 만료로 끊겨버린 것이다.


당시 9개의 단체 운동부를 육성하고 있던 우리학교는 여자축구부에 지원해줄 여력이 더 이상 없었고, 결국 여자축구부는 해체됐다. 해체 전 여자축구부는 신입생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아 14명이라는 적은 인원으로 ‘2004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을 이끌어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여자축구부의 해체 그리고 새로운 도전


그러나 여자축구부의 해체가 그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체육대학 여학생들을 중심으로 여자축구클럽인 ‘경희 LIONS’가 생긴 것이다. 당시 여자축구부의 마지막 세대였던 정지영(국제축구심판, 현 체육대학 축구과목 강사) ‘경희 LIONS’ 감독은 “ 여자축구부는 해체됐지만 그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여자축구 동아리를 만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들은 ‘축구는 남자들의 전유물이다’, ‘여자축구는 선수들만 한다’는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경희 LIONS’ 선수들은 밤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의 경기를 보고, 체육대학 축구과목을 수강하며, 매주 2번씩 모여 훈련한다.


축구와 사랑에 빠진 그들의 이야기


축구를 시작하고 학업 성적도 올랐다는 채은별(스포츠의학 2011) 양은 “선후배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며 축구사랑을 전했다.


이들은 축구인이기에 크고 작은 부상도 달고 산다. 특히 클럽의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김지혜(스포츠의학 2008) 양은 대회 시작 일주일 전, 전문축구선수들만 겪는다는 무릎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김 양은 “졸업 전 마지막 대회인데 선수로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함께 응원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숙명여대가 공동으로 주관한 이번 대회에는 우리학교를 포함해 이화여대, 숙명여대, 동덕여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국외대, 중앙대, 국민대, 한국체대, 건국대 등 12개 학교 240명의 여자대학생 아마추어 축구 동아리 선수들이 참가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겨뤘다. “이번 대회를 위해 주 2회씩 열심히 훈련했다”는 정 감독은 “작년 대회 때 뺏겼던 우승컵을 다시 찾아 기쁘다”며 소감을 전했다.


예선 첫 경기에서 박수영(스포츠의학 2011) 양과 김예원(태권도학 2012) 양의 골로 한국외대를 2-0으로 이기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경희 LIONS’는 동덕여대와의 두 번째 경기도 1-0으로 승리하며 조 선두로 올랐다. 연세대와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도 경기 종료 5분전 터진 윤은희(체육학 2009) 양의 골로 1-0 승리를 거두며 조별 예선 3전 전승으로 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토너먼트에 진출한 6개 팀 중 가장 높은 승점과 골득실을 기록해 부전승으로 바로 4강에 진출하는 행운까지 얻어냈다.


4강 토너먼트에서도 그들의 기세는 꺾일 줄을 몰랐다. ‘경희 LIONS’는 이예송(스포츠의학 2009) 양, 서아름(태권도학 2009) 양, 윤은희 양의 연속골에 힘입어 서울대를 3-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드디어 이화여대와의 결승전, 후반 2분 터진 조다혜(태권도학 2011) 양의 선취골을 잘 지켜낸 ‘경희 LIONS’는 5전 전승, 8골 무실점이라는 믿지 못할 기록으로 우승을 일궈냈다.


‘짠물수비’로 무실점 우승을 이끌어 대회 최우수선수에 뽑힌 ‘경희 LIONS’의 주장 이소영(태권도학 2010) 양은 “다들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다시 우승 트로피를 우리학교로 가져와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5전 전승에 무실점 대회 우승과 MVP까지 모두 차지


한국여자축구연맹은 내년부터 실업팀과 대학팀을 포함해 대학 동아리 및 동호인 클럽까지 모두 아우르는 여자축구 FA컵을 창설할 예정이다. 이 대회의 창설로 최근 수원FMC의 해체보류와 충남일화의 해체로 뒤숭숭한 여자축구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희 LIONS’에도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바로 내년 이 대회에 참가해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것. 이소영 양은 “실업팀과 대학팀이 모두 참여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우리나라 최대 여자축구 축제가 열린다는데 저희가 빠지면 되나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올해 마지막 대회가 끝났지만 그들은 오늘도 그라운드를 누빈다. 앞으로도 그들의 축구 열정이 변함없이 이어지기를 응원해본다.


▲우리학교 여자축구팀 대표선수가 볼을 리드하고 있다



“여자축구 인프라 구축 절실하다”



‘경희 LIONS’가 ‘제 3회 케이리그컵 여자클럽축구대회’에서 우승컵을 들던 지난 11일, ‘경희 LIONS’의 감독인 정지영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학교 여자축구부 출신인 정 감독은 재학 시절 각종 대회에서 물 오른 골 감각으로 좋은 성적을 이끌어내며 주목을 받았었다. 그러나 지난 2004년, 예산부족으로 여자축구부가 해체되자 그는 고민 끝에 은퇴를 결심했다.


정 감독은 “선수 은퇴 이후에 체육대학 관계자들과 축구경기를 한 적이 있는데, 경기 때 제 모습을 좋게 기억하셨는지 그 이후로 체육대학에서 축구 강사를 시작하게 됐어요”라며 지도자로 출발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우리학교에 ‘경희 LIONS’가 생긴 것도 바로 그 무렵, 햇수로 8년 째 감독직을 이어오고 있는 정 감독은 “힘들어서 감독직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럴 때마다 열정을 가지고 운동하는 학생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국내 여자축구의 활성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인프라 구축이 가장 절실하다”며 “가까운 일본과 달리 여자축구의 인구를 유지하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전했다.


정 감독의 최종 목표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서는 여자축구심판이 되는 것이다. 그는 ‘2011 청학기 전국여자축구대회’에서 결승전 주심 및 대회 심판상을 수상한 실력 있는 심판이다. 지난해 1월 KFA 1급 심판자격시험에 통과한 정 감독은 최근 FIFA(국제축구연맹) 국제축구심판 자격시험에 통과했다. 그는 “선수 은퇴 이후의 진로를 고민하는 많은 후배들과 우리학교 체육대학 학생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롤모델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동안 맡아왔던 축구과목 강사직과 ‘경희 LIONS’ 감독직을 내려놓고 우리학교를 떠나는 정 감독은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축구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경희 LIONS’에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가 월드컵 본선이라는 꿈의 무대에서 휘슬을 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2012.11.19문병헌 객원기자 thesimb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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