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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음악의 맛에서 느끼는 행복 ①

연재순서

1: 클래식 음악의 맛

2: 오페라

3: 독일가곡

4: 피아노 음악

5: 심포니

6: 발레음악

#.클랙식 음악의 참 맛은 사람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맑고 순수한 미적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데 있다. 우리학교 음악대학의 김미애 교수가 앞으로 1년간 6회에 걸쳐 클래식 음악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아래 연재 순서에 따라 독자 여러분 께 전하게 된다.

▲20세기의 위대한 지휘자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1908-1989)이 음악과 혼연일체가 되어 지휘하고 있다. 느린 속도의 매우 아름답고 감동적인 선율이 들리는 듯하다. 만일 우리도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카라얀과 거의 동일한 표정을 지으며 음악에 빠져있었을 것이다

여행 중 대자연에서 굉장히 멋진 경치를 발견할 때 우리는 ~!” 소리치며 감탄한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그 절경을 떠올릴 때마다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아름다움은 이렇게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여행 중 대자연에서 굉장히 멋진 경치를 발견할 때 우리는 ~!” 소리치며 감탄한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그 절경을 떠올릴 때마다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아름다움은 이렇게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보통사람은 아름다움에 탄복하고 그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만, 예술가는 더 나아가 자신이 발견한 아름다움을 그의 예술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에 완전히 사로잡힌다. 그는 인체나 사물, 또는 감각이나 감정의 아름다움이 극치에 다다른 그 순간을 표현한다. 아름다운 대상 뿐 아니라 추하고 불쾌한 대상에서도 극한의 아름다움을 도출해, 영원히 변하지 않고 또 변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근원, 아름다움의 이데아를 현시한다. 시인은 언어로, 화가는 시각으로, 음악가는 청각으로. 우리들은 잠시 잊고 있었거나 미처 정리되지 않은 채로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던 아름다움의 절정을 그들의 예술작품을 통해서 새삼 깨닫고 감동한다.

소리의 느낌 전하는 작곡가

시를 읽을 때는 시어로 표현된 장면이나 감각, 감정 등을 상상하며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림에서는 아름다운 형상과 그로부터 내비치는 화가의 정서를 느끼며 감상한다. 그러나 소리예술인 음악은 유감스럽게도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이 무엇이든 언어나 형상으로 묘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1)

그래서 작곡가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모습의 묘사는 일체 포기할 수밖에 없다. 오로지 소리의 느낌으로 전달한다. 음의 높고 낮음, 협화음과 불협화음, 느림과 빠름, 강함과 약함, 스타카토·레가토·비브라토2) 등으로.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것은 소리만으로 그 어떤 예술보다도 가장 강하고 가장 직접적으로 감정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시를 읊을 때의 음은 단어를 이루기 위한 발음에 불과하기 때문에 언어적 이해를 거쳐야 감동이 오지만, 음악의 음은 하나하나가 표현이자 느낌으로 곧바로 가슴에 파고든다. 또 조각이나 그림은 작품에 나타나있는 단 한 장면만을 한 걸음 떨어져 음미하지만, 음악은 악곡이 시작해서 끝나기까지 음악과 감상자가 혼연일체 되어 갖가지 다채로운 느낌을 매 순간 함께 하게 된다.

달콤함, 아늑함, 사랑스러움, 쾌활함, 급박함, 긴장감, 고통, 공포, 절망적이고 비극적인 느낌까지.3) 작곡된 지 수 백년이 흘러도 원곡 그대로 연주하는 것이 클래식음악의 제일 큰 특징이자 매력이다. 대중음악을 위시한 타 음악은 연주자의 개성이나 시대유행의 맛을 살려 편곡이나 즉흥연주를 가미해 연주하는 것이 키포인트인 반면에, 클래식음악 연주자는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이 작곡하던 바로 그 당시의 예술혼 그 자체를 다시 생생하게 살려내려고 끊임없이 연구한다. 음표 하나일지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쉼표 하나일지라도 그 의미를 찾는다.

만일 시인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단어 하나를 비슷한 다른 단어로 바꾸어 읊거나, 인상주의 화가 르노아르의 그림에서 색깔 하나를 다른 색깔로 슬쩍 바꾸어 칠한다면 작품의 가치를 잃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천재 작곡가가 자연이나 인생에서 참 아름다움을 이끌어내어 음악언어로 표현한 것을 그와 거의 동일한 예술혼으로 재연해내는 연주자가 아주 가끔 이 세상에 나타나곤 한다. 우리는 그들을 비르투오소(virtuoso)’라고 부르며, 감상자는 그의 연주에 감탄하고 무한한 찬사를 보낸다. 쇼펜하우어는 훌륭한 작품을 알아보고 즐길 수 있는 것 역시 천재성”4)이라고 했다.

천재성의 영감 비르투오소

칸트는 그의 저서 판단력 비판에서 예술에 대해 말하는 가운데 예술작품의 가치는 시간을 두고 여러 번 다시 보고 또다시 평가하여도 그 감동이 변치 않는 데 있다.”5)라고 했다. 나는 칸트가 한 이 말의 뜻을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쇼팽, 차이코프스키 외 수많은 위대한 클래식 음악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실감한다. 클래식음악의 맛은 우리 내부에 어딘가 숨어 있는 맑고 순수한 미적 영혼을 뒤흔들어 깨워주는데 있다. 그것도 매우 직접적이고 강력하고 영원한 방법으로. 이는 일시적인 즐거움을 주는 음악에서 얻는 만족감과는 또 다른 세계로, 참 행복감이다. 아름다움의 진정한 고향, 아름다움의 이데아가 바로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주>

1)여기서 말하는 음악은 기악을 말한다. 성악은 시에 음악을 입힌 것이기 때문이다.

2)연주주법들이다. 스타카토(staccato)는 음을 분명하게 분리해서 연주하는 것이며, 레가토(legato)는 음과 음 사이를 끊어지지 않게 연주하는 것이며, 비브라토(vibrato)는 음을 떨리게 연주하는 것이다.

3)소리에서 연상되는 느낌을 말하는 것이며, 음악이 곧 특정한 감정을 표현한다는 뜻은 아니다.

4)쇼펜하우어(1788~1860)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Die Welt als Wille und Vorstellung, 1819)의 제 3표상으로서의 세계중에서.

5)칸트(1724-1804)판단력비판(Kritik der Urteilskraft, 1790)의 제1미적 판단력의 비판중에서.

2013.03.18 김미애 <기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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