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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주보 공동기획고전의 사계



#.대학이 굳이 고전읽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고전을 읽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다읽고생각하고쓰는 것에 대학교육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면 지금이라도 고전 한 권 읽고깊이 사색하고느낀 것을 글로 정리해볼 일이다대학주보가 후마니타스 칼리지와 함께 그 길을 열어본다앞으로 1년간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진이 인류의 보석과도 같은 고전을 소개한다. 


지금은 책을 읽기가 대단히 어려워진 시대다디지털 매체들은 책이 아니고서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빠르고 간편한 방법을 무더기로 제공한다디지털 기기 중에서도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거의 완전히 사로잡은 매체의 여왕은 단연 스마트폰이다이 여왕의 매력을 묘사하자면 최소한 여섯 개의 형용사가 필요하다.


여왕은 날씬하고가볍고빠르고화려하고똑똑하고재미있다그녀는 내가 원하는 것을1초 안에 대령한다그녀는 내가 원하는지 어떤지 나도 몰랐던 것들까지 친절히 꺼내어 보여준다. “몰랐지이런 것도 있어재미없다고그럼 이걸 봐너 3초 안에 까무러칠 거야.”내가 그녀를 손에 쥐고 있는 한 세상은 내 손 안에 있다.


세계를 내 손 안에― 이것은 인간이 정보매체에 대해 가졌던 오랜 꿈이고 이상이다그런 매체를 인간의 손에 쥐어 주었다는 점에서 디지털 기술시대는 하느님도 몰랐던 대혁명의 시대다그런데 그 시대에 책이라고?


고전읽기는 메가톤급의 인내를 필요로 한다


대학이 고전읽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은 지금의 사회적 물질적 환경이 책읽기를 얼마나 어렵게 하고 있는가를 똑바로 직시하는 데서 출발한다책은 속도의 매체가 아니다.종이책은 가볍지 않고 화려하지 않다대부분 그림도 없고 소리도 없다답답하다소위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일수록 이 모든 특징들을 다 갖고 있다.


깨알 같은 활자들이 죽은 개미떼처럼 줄줄이 늘어선 고전이라는 것을 읽자면 한 쪽 읽는 데만도 메가톤 급의 인내가 필요하다쉽지 않고 친절하지도 않다그런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학생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인터넷과 스마트폰만으로 진행되는 대학교육은 없는가책 같은 것 읽지 않고도 대학을 마칠 방법은 없는가?


없다책 읽지 않고고전 같은 것 읽지 않고서도 대학을 대학답게 졸업할 방법은 없다대학은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힘집중하는 힘비판하고 상상하고 종합하고 글 쓰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존재한다내가 가볍게쉽게날탕으로 졸업장만 받아 나가기 위해 대학에 들어온 사람이 아니라면 내가 연마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은 생각하는 기술집중하는 기술상상하고 종합하고 글 쓰는 기술이다.


외부접속에만 신경쓰는 사람 자기내부 접속할 기회 잃어


학생들은 이런 기술이 3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래 세계에서도 인간에게 필요한 최고의 기술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고 있다이 최고의 기술가장 중요한 기술은 인터넷 들락거리고 스마트폰 여왕과 노니는 정도의 일만으로는 결코 터득할 수 없고 연마할 수 없다그것은 책읽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고급 기술이다외형상 책은 로우 테크이다그러나 책은 그 어떤 기술매체도 도달할 수 없는 사유집중상상표현의 하이테크이다느림,집중인내는 책의 약점이 아니라 장점이다책을 읽을 줄 안다는 것부터가 대학생에게는 최고의 기술이다.


지금 같은 주의력 분산의 시대생각할 수 없게 하는 시대집중력을 휘발시키고 인내력을 내던지는 시대에 정면으로 맞서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대학에 있을 것인가고전읽기는 그런 맞서기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외부 접속에만 신경 쓰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 내부와 접속할 기회를 잃고 타인의 가슴다른 사람들의 생각느낌경험에 접속할 기회를 잃는다.


이런 접속이 차단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상실인가고전은 한 시대와 장소를 넘어 여러 시대와 사람과 생각에 접속하게 하는 전자 안테나를 달고 있다그것은 최고의 전자매체이다전자매체의 시대가 가장 중요한 전자매체의 존재를 망각하게 한다는 것이 우리 시대의 대학교육에 들이닥친 위기다대학이 그 위기에 맞서지 않고 당신이 맞서지 않는다면 누가?




2013.03.04



도정일 교수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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