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예정인 기숙사 조감도


SPACE21사업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서울캠퍼스(서울캠) 대운동장 행복기숙사 건립이 일부 주민의 반대로 문제를 겪고 있다. 지난달 21일 회기동 주민센터에서 진행된 ‘<스페이스21 사업>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가 일부 임대업자의 고성과 집단퇴장 등으로 파행으로 끝나고, 이후 동대문구청에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주민공청회 실시를 요구하는 등 지속적으로 인·허가 과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2012년 11월부터 임대업 종사 주민들을 중심으로 ‘회기지역 발전협의회’를 구성해 대학본부를 비롯해 서울시와 동대문구를 상대로 신축기숙사 설립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온 바 있다.<대학주보 제1523호 1면(2012.9.17.)>

신축기숙사는 지하 2층부터 지상 10층, 총 926명을 수용하는 규모로 1인실 10실, 2인실 458실로 구성될 계획이다. 특히 일반적인 민자기숙사가 아니라 이번 학기부터 운영을 시작한 회기동 기숙사와 이문동 기숙사처럼 정부가 지원하는 ‘행복기숙사’ 사업의 일환인 만큼 저렴한 기숙사비가 예상된다. 이 행복기숙사 사업은 대학생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지난 2012년에 시작한 사업으로, 한국사학진흥재단과 국토교통부가 저리로 건축예산을 지원해준다. 이미 우리학교는 신축기숙사를 위한 건축예산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결국 건축이 미뤄질수록 이자 부담만 늘어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회기지역 발전협의회 주장의 핵심은 ‘기숙사로 인해 발생하는 회기동지역 하숙 및 자취 공실(空室)에 대한 피해를 보상해달라’는 것이다. 회기지역 발전협의회 김광우 사무총장은 “기숙사수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학교의 사정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며 “다만 1,000여 명의 학생이 한 번에 기숙사로 들어가면 공실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어 연착륙을 위한 논의를 해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회기지역 발전협의회는 ‘착한자취방’과 같은 사업을 통해 보다 저렴한 가격의 자취방을 제공하고, 이를 학교가 학생과 연결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사무총장은 “경희대의 발전을 발목잡으려는 것이 아니라”며 “오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학교·총학, “학생위한 기숙사 반드시 필요”


하지만 이에 대한 학교와 학생회의 반응은 ‘어처구니 없다’는 것이다. 서울캠 공공 기숙사 유한회사(SPC) 김동준 행정실장은 “우리학교 부지에 우리학교 학생을 위해 기숙사를 짓겠다는데,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캠 총학생회(총학) 박이랑(사학 2008) 회장 역시 “현재 기숙사수용률이 서울캠의 경우 10% 미만인 상황에서 기숙사 신축은 시급한 사안”이라며 “정작 거주할 학생보다 지역주민에게 더 많은 설명회와 공청회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발전협의회에서 제안한 ‘착한자취방’ 사업의 경우 2년 전부터 학교에 제안하고, 시범사업을 진행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에 어떻게 진행했는지 여부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또한 발전협의회에서 주장하는 공실 역시 낙후시설의 임대주택만 문제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회기동 공인중개사 A 씨는 “경희대 정문쪽 신축 고시텔, 원룸텔은 공실이 없다”며 “학생들이 시설만 좋으면 대체로 학교주변에서 자취하려고 하다보니까 결국 비는 곳은 연립주택을 개조한 자취방들”이라고 말했다. 이문동 공인중개사 B 씨 역시 “이 주변에 대학만 해도 몇 개냐”며 “일부 시설이 너무 안 좋은 곳만 학생들이 찾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중재자 부재로 학교가 직접 해결해야


학교주변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주민들 역시 기숙사 신축에 우호적인 반응이다. 정문 앞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C 씨는 “회기동에 거주하는 학생이 늘어나면 당연히 상인들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라며 “상식적으로 기숙사 건립이 회기동 발전에 문제가 된다는 주장은 얼토당토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민들의 의견도 입장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고, 학교주변 임대업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 역시 부재한 상황에서 중재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동대문구청은 정작 적극적이지 않은 상태다. 동대문구청 건축1과 측은 “제기된 민원이나 여러 문제를 점검하고 있다”면서도 “공청회를 실시하는지도 모르겠다”,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배려하면 잘 풀리지 않겠냐” 등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협의가 늦어지면 인·허가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결국 우리학교가 적극적으로 주민과의 협상에 나서야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다음달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공청회를 실시할 계획이다. 다만 이미 한 차례 설명회가 파행을 겪은 바 있기 때문에 공식기구인 회기동자치위원회를 통해 보다 건설적인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SPACE21 건설사업단 장석원 팀장은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해온 우리학교의 취지에 따라 ‘진짜’ 회기동 주민들과 의견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회기동자치위원회 측은 자치위원을 비롯한 주민들과 의견수렴과 논의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이런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우리학교와 적극적으로 의논해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서울캠 총학 박 회장 역시 기숙사 건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근거없이 사적인 이익만을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인적으로 필요하다면 학생들의 서명운동이나 민원제기 등을 통해 빠른 시일 내로 기숙사신축이 이뤄지는데 힘쓰겠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신문이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온라인 설문을 통해 양 캠퍼스 학생들의 기숙사건립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83.2%의 학생이 기숙사 건립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의견을 표한 학생 117명 중 62명(52.9%)은 ‘기숙사건립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대운동장 부지에서 공사가 진행될 경우 대체공간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부지에 건설하길 바란다’는 의견이었다. 이에 대해 SPACE21 건설사업단 장 팀장은 “공사중에도 대운동장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PACE21사업이 완료되면 운동장부지와 체육시설 등도 갖출 계획이다.

이밖에도 기숙사와 하숙, 자취 중 56.7%의 학생이 기숙사를 선택해 가장 선호하는 거주 형태로 것으로 나타났고, 39%가 선택한 자취가 뒤를 이었다. 기숙사를 더 선호하는 이유로는 가격이 53%로 꼽혔다. 반대로 자취를 더 선호하는 이유로 47.7%가 시설여건을 꼽았다.


37.5% 가격이 가장 중요 시설 25.6%로 두 번째


이어서 만약 자취를 한다면 어떤 조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겠는가라는 질문에 37.5%가 가격을 꼽았고, 이어서 25.6%가 시설을 선택했다. 이처럼 학생들은 가격을 주거 형태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기숙사를 선호하면서도, 시설도 중요하게 인식한다는 점을 살펴볼 수 있다. 따라서 임대공간도 시설이 좋다면 기숙사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설문조사에서 착한 자취방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36.8%, 긍정적이다 41.5%로 우호적이었다. 착한 자취방 도입시 예상 1인당 월세비용이 약 20만 원임을 감안할 때 이번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이 적정한 월세비용으로 54.4%로 가장 많이 선택한 21만 원에서 30만 원 가격대와 맞물린다. 다만 착한 자취방을 도입하는 대신 기숙사를 건립하지 않는 방안에 대해서는 15.6%가 매우 부정적이다를 34.3%가 부정적이다를 선택했다. 이는 발전협의회가 제안한 ‘착한자취방도입과 함께 기숙사규모를 축소하자’는 주장과는 배치되는 학생의견이다.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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