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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재즈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네

 

김광현 월간 『재즈피플』 편집장 haru@jazzpeople.co.kr

 

 요즘 유행하는 한 건강식품 회사의 산수유액 광고는 위 제목처럼 재즈에 비유해도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아마 재즈 매니아분들은 모두 이런 생각들을 하시리라 봅니다. 첫 발을 내딛기가 어렵지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이 바로 재즈이기 때문입니다. 재즈를 처음 접할 때 보통 어려운 음악이라는 선입견을 가집니다. 친해질 기회가 없었으니 당연하겠죠. 하지만 어떤 문화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주 접하고 만나면 익숙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더 궁금해지고 좀 더 알고 싶어 다가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죠. 이렇게 재즈와 친해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더욱 다양한 음악 시장이 형성되어 결국에는 대한민국 문화 전체를 풍성하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모두가 알고 있듯 편중된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편중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계속 한 쪽으로 쏠리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재즈는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점점 대중과 멀어지고 매니아성이 짙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들 한국 대중음악을 이야기할 때 다양함이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다시 말해 몰개성하다고 합니다.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음악만을 접하는 세대들은 다양한 음악 감상이 이루어 질 수 없고, 더 나아가 음악을 만들어 내는 창작자들도 같은 길을 가게 되지 않나 봅니다. 물론 재즈가 우리의 전통음악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는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음악의 뿌리에 해당하는 재즈와 블루스에 대한 이해가 다양하게 이루어진다면 분명히 한국의 대중음악도 지금보다 더 발전할 것입니다. 한국 대중음악의 발전은 한류의 흐름을 큰 강물로, 훗날에는 넓은 바다로 만들어 전 세계인을 상대로 보다 업그레이드된 한류를 이끌어 갈 수 있겠죠. 음악이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저 의미 없이 들려지는 음악이거나 통속적인 유행 음악만 반짝 듣지 말고 다양한 음악으로 가지치기를 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재즈가 여러분들의 감성을 풍요롭게 하고 즐거운 음악과 함께 하는 삶을 만들어 주리라 확신합니다.

 

 재즈가 미국 음악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이제는 유러피언 재즈, J-퓨전, 에스닉 재즈 등 재즈가 전파된 나라에서 각자의 음악적 성향에 맞게 여러 장르로 세분화되면서 전 세계인이 즐기고 연주하는 음악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급속도로 발전하는 정보화 시대에 필연적으로 재즈가 가야할 길입니다. 이처럼 현대의 재즈는 전통을 바탕으로 한 메인 스트림과 현대에 들어와 생긴 다양한 형식의 재즈가 공존하면서 발전하고 있는데 한국 재즈도 이런 큰 흐름에 일정 부분 안착해 조금씩 탄탄한 뿌리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개봉한 재즈 평론가 남무성 씨가 만든 다큐멘터리 『브라보! 재즈 라이프』에서 볼 수 있었던 대한민국 재즈 1세대 분들의 헌신적인 희생과 노력이 지금 한국 재즈계의 밑바탕이 된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거기에 음악 교육기관의 확산과 재즈 연주자들의 수준 향상과 더불어 전반적인 문화 수준이 올라가면서 재즈를 즐기고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비록 전세계적으로 음반 시장이 불황의 늪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공연씬은 점점 확장되고 있습니다. 재즈도 마찬가지로 올해로 총 여덟번째 행사가 열리는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같은 세계적인 재즈 페스티벌의 성공적인 안착과 나윤선, 웅산, 윈터플레이 같은 대표 재즈 연주자들의 성공적인 해외 활동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일반인들에게 재즈는 여전히 어려운 음악, 나와는 거리가 먼 음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현재 지상파 TV에 재즈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으며 라디오까지 포함해도 방송 3사 중 클래식 음악 전문 채널인 KBS 1FM에서 일주일에 두 번, 그것도 주말 새벽 0시부터 1시까지 한 시간 동안 방송하는 『재즈수첩』이 유일합니다. 물론 CBS FM에서 한국 재즈의 산 역사 중 하나인 『올 댓 재즈』 (옛, 『0시의 재즈』) 가 매일 방송되고 있지만 새벽 2시에 시작하는 방송이다 보니 ‘본방사수’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다행히 지난해 EBS FM에 『재즈 No. 1』이라는 일요일 오후 6시대 재즈 방송이 시작되어 재즈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조금씩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한민국 재즈는 젊은 피를 주축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홍대의 재즈 라이브 클럽에서 매일 밤 이루어지는 연주 속에서 분명 기세등등한 대한민국의 재즈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천한 지식이나마 나누고자 종종 캠퍼스를 찾고 있지만, 필자가 학생 신분으로 교정을 거닌지도 벌써 15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모든 것이 아쉽고 그립지만 갓 입학한 새내기 시절의 열정과 희망은 정말 다시 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뜨겁게 즐기고 화려하게 꽃 피우기 바랍니다. 재즈와 함께!

 

 

새내기에게 추천하는 재즈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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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Coltrane <Ballads> (1961 / Impulse!)

 

 테너와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자인 존 콜트레인의 앨범이다. 그 연주는 프리 재즈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 앨범은 무드가 짙은 발라드 앨범이다. 치열한 즉흥 연주를 선보이는 60년대 활동 중 색소폰에 이상이 생겨 발라드를 녹음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 덕에 이 앨범은 지금도 재즈 발라드의 스터디 앨범으로 대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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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io Carlos Jobim <Wave> (1967 / A&M)

 

 브라질 출신의 음악인으로 루이스 본파와 함께 보사노바 재즈를 전 세계에 알린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앨범이다. ‘Wave’, ‘Triste’ 등 전 곡이 조빔의 곡으로 이 앨범에 실린 곡들은 스탠더드화 되어 많은 연주인들이 새롭게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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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ver Washington, Jr <Winelight> (1980 / Elektra)

 

 1999년 12월에 TV쇼에 출연하던 도중 세상을 떠난 컨템포러리 재즈의 대가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의 히트 앨범이다. R&B와 재즈가 섞인 음악으로 빌 워더스가 노래로 참여한 ‘Just the Two of Us’는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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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nt Basie <April in Paris> (1955 / Verve)
 
 스윙 재즈의 백미를 느낄 수 있는 카운트 베이시의 파리 라이브 실황이다. 브라스 악기들의 흥겨운 섹션이 빅 밴드를 통해 전해진다. 재즈 마니아 중 상당수가 아직도 초기 스윙 재즈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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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Morgan <The Sidewinder> (1963 / Blue Note)

 

 애인의 총에 맞아 사망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비운의 트럼페터 리 모건의 히트 앨범으로 타이틀 곡 ‘The Sidewinder’는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은 연주곡이다. 60년대 당시 블루노트 레이블에서 발표된 수많은 앨범들은 모두 명반 대열에 올라 있지만 그 중에서도 <The Sidewinder>는 언제나 선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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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es Davis <Round About Midnight> (1955 / Columbia)

 

 동료 피아니스트 델로니어스 몽크의 곡인 ‘Round Midnight’을 타이틀로 한 한 앨범으로 재즈의 전형적인 편성인 퀸텟(5인조)의 백미를 들을 수 있다. 존 콜트레인의 테너 색소폰과 앙상블을 이루는 ‘Round Midnight' 연주는 그야말로 절대명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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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a Fitzgerald & Louis Armstrong <Ella & Louis> (1956/ Verve)

 

 재즈 보컬에서 ‘스켓’(무의미한 가사로 악기처럼 노래하는 테크닉)의 정의를 세운 두 거장 엘라 피츠제럴드와 루이 암스트롱이 함께 노래한 음반으로 재즈 보컬의 A ~ Z를 보여주는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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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na Krall <The Girl In The Other Room> (2004 / Verve)

 

 다이애나 크롤은 노래 솜씨 못지않게 피아노 실력도 뛰어나 현재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여성 보컬리스트이다. 본 작은 그녀가 엘비스 코스텔로와 결혼 한 후 발표한 음반으로 기존의 정통적인 스타일에서 새롭게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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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 Metheny Group <Still Life (Talking)> (1987 / Nonesuch)


 현재 재즈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대중적인 인기도 얻고 있는 재즈인을 고르라면 100% 확신하건데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가 선정될 것이다. 그만큼 그의 연주는 보편적인 정서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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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ke Jordan <Flight To Denmark> (1973 / Steeple Chase)

 

 피아노, 어쿠스틱 베이스, 드럼으로 이루어진 피아노 트리오의 서정적인 연주를 듣고 싶다면 듀크 조던의 이 앨범이 안성맞춤이다. 설원을 배경으로 서 있는 한 남자의 고독이 음반 안에 아름답게 연주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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