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장을 마치며 지난달 30일 열린 2013년도 하버드대 졸업식에서는 유명 방송인인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가 졸업식 축하 연사로 나섰다. 그는 “세상에 실패는 없다. 다만 실패란 단지 인생이 우리를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여러분의 실수가 여러분들을 일깨우고, 당신 그 자체가 되도록 만들 것이다”라며 졸업생들을 격려했다. 아직 졸업도 먼 기자가 그의 졸업 연설에 눈길이 간 이유는 정말 많은 ‘실패’를 겪고 ‘실수’를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기자의 학창시절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미래의 축구 국가대표를 꿈꾸며 상경했으나, 고작 15살이라는 나이에 엘리트 스포츠계의 부조리, ‘어른들의 세계’를 직접 본 충격으로 운동을 그만뒀고, 운동을 그만 둔 후에는 놓아버린 학업을 다시 시작하는 것에 적응하지 못해 그저 사고만 치고 다니는 ‘문제아’로 전전했다. 수험생이 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학업에 집중해 우리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수험생 때 겪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한 끊임없는 스트레스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았다.소위 ‘멘붕’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했고, 영어학원, 아르바이트, 운동 등으로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집에 오면 지쳐 쓰러지는 날들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대학 입학이 다가와 있었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친구들은 캠퍼스의 낭만에 취한 것인지 아니면,성인이 됐다는 즐거움 때문인지 모두 웃고 있었지만, 기자는 또 다시 무엇인가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한 선배의 “너 저기 가면 정말 바쁘게 살 수 있을거야”라는 말 한 마디만 듣고 대학주보에 들어왔다. 낯선 기자활동은 순탄치 않았다. 편집장이 돼서는 잘못된 기사로 인해 책임지고 사과를 하기도 했다. 물론, 가끔씩 취재원들의 격한 항의에 대해서도 앞에 나서 대화를 해야 했다. 지난 2월, 기자가 미래에 정말 일하고 싶었던 곳에서의 인턴제의가 있었다. 정말 좋아하고, 제일 자신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이었고 돈도 벌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섣불리 확답을 하지 못했다. 결정을 망설이고 있던 차에, 주변의 많은 이들은 “너에게 이런 기회는 정말 흔치 않은 일”이라며, 당장 그곳으로 갈 것을 권했다. 하지만 당시 우리신문의 인력이 매우 열악했기에 이곳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내다 보니 잘못된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전적으로 기자의 책임이지만,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는 취재원을 대할 때는 ‘내가 왜 그 때 이곳을 떠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수 없이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비록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진 않지만 그래도 나 하나가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매주 밤을 지새웠고, 드디어 종간호까지 달려오게 됐다. 2년 반 동안의 대학주보 경험은 기자라는 직업에 내가 적절한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하는 기회였다. 결론은 ‘적합하지 않다’였다. 하지만 대학 생활의 절반 이상을 이곳에서 보내며 내 기사가 학교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보며 나름의 뿌듯함도 느꼈다. 개인적으로, 분명히 지난 2년 반 동안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도 조금씩 찾고 있는 것 같다. 오프라 윈프리의 말대로 ‘나의 실패들’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나의 인생에 ‘방향’을 조금씩 알려주고 있던 셈이다. 나중에 어떤 일을 하든, ‘서범석 기자’로 활동했던 경험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함으로 남을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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