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캄보디아 크나쯔엉 마을에 단기봉사를 간 팀원들이 크나사원 초등학교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캄보디아 씨엠립주 크나쯔엉 마을의 빈곤과 기아 퇴치, 보편적 초등 교육, 여성 인권 신장을 목표로 하는 이번 사업은 지난해 10월 경희지구사회봉사단(GSC)이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추진하는‘대학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국제개발사업’의 사업자로 최종 선정되면서, 지난 1월부터 현지에서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까지의 사업 진행 상황과 지난 6개월간 있었던 이야기를 현지 파견 중인, GSC 김윤식 직원이 전해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정리해 봤다.
지난 1월 캄보디아 현지에 도착한 ‘KOICA 대학과의 파트너십’ 프로젝트 농촌개발사업팀은 현재까지 정수시설, 연못 개보수, 복합문화공간 조성, 컴퓨터실, 기초교사 양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정수시설은 수질 재검사를 진행 중이며, 연못 개보수 사업은 현재 완료 단계에 있다. 복합문화공간 조성은 현재 60% 정도 공사가 완료됐다. 컴퓨터실은 오는21일 완료될 예정이다. 지난 1월 캄보디아 현지에 도착한 이들은 마을 현황 파악부터 진행했다. 2개 조로 나누어 통역과 함께 가정집들을 방문하며, 이번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주민들은 “쭘리업 쑤어(안녕하세요)”, “크뇽모피 프로테 꼬레(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라는 말을 하며 인사를 하는 봉사 단원들을 반갑게 맞았다. GSC 김윤식 직원은 “마을 주민들의 생활을 그대로 보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유 할머니의 눈물 각 구역을 나누어 진행한 마을 방문은 봉사단에게 주민들의 삶을 더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방문 2일차, 봉사단은 어느 한 노부부의 집을 방문했다. 고상가옥의 1층에는 돼지 한 마리와 몇 마리의 닭들이 있을 뿐이었다. 집에 들어서자 한 눈에도 건강이 나빠 보이는 땃빗 할아버지가 손에 담배를 들고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봉사단의 인사에도 그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안쪽에서 유 할머니가 나와 봉사단을 반갑게 맞아주고 가벼운 인사 뒤 인터뷰가 시작됐다. “병원에 가고 싶다.” 유 할머니의 첫 마디였다. “남편은 배가 너무 아파 잠을 못 잔다”라며 “나는 머리가 너무 아픈데, 언제부터 아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았다. 김 직원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따뜻하게 할머니의 두 손을 잡아드리는 것 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맞잡은 손 위로 유 할머니의 눈물이 떨어졌다. ▶5면으로 이어짐 정전에 이은 단수까지 … 험난한 봉사단 활동 잠깐의 침묵이 흘렀고, 그 침묵을 깬 것은 땃빗 할아버지의 말이었다. “아프고 나이가 들어서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먹을 것도 없다”며 “그나마 움직일 수 있을 때 다른 사람 일 도와주고 얻어오는 것들이 우리가 먹는 것의 전부야”라며 할아버지도 눈물을 흘리셨다. 마을 내에서도 형편이 매우 좋지 않은 노부부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소리 없는 눈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봉사단이 그동안 진행한 만남은 밝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어려운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기에, 직접 방문한 것에 대해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때마침 현지에서는 지난 1월 30일부터 2월 1일까지 2박 3일간 강동경희대병원 의료팀에서 의료봉사단을 파견해 의료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크나쯔엉 보건소와 초등학교를 거점으로 내과, 외과, 소아과, 치과 진료와 더불어 기초검사 및 혈액검사를 병행했다. 의료봉사 기간 동안 봉사단은 의료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 진료소와 약국의 접수,기초검사 진행을 도왔다. 봉사단은 몸이 불편한 노부부를 직접 의료봉사 장소로 모시기 위해 다시 한 번 그들의 집을 찾았다. 그러나,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잠깐 외출을 한 것이라고 생각해 기다려 봤지만, 노부부는 나타나질 않았다. 결국 다른 일정 때문에 다시 봉사단은 의료봉사가 진행되는 곳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가는 곳엔 비가 내린다
의료봉사가 진행되는 크나사원초등학교에 돌아오자 치과 진료가 이뤄지는 곳에서 다급하게 김윤식 직원을 찾았다. 한 노인이 당장 발치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진료가 두려워 해 시간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난 그 노인은 바로 유 할머니였다. 봉사단이 할머니를 모시러 간 사이를 못 참고 먼저 와 있던 것이었다. 치료에 대해 한참을 고민하던 유 할머니는 결국 30분 뒤 다시 와서 치료를 받았다. 잇몸이 약한 유 할머니의 치료는 금방 끝났고, 지혈을 위해 솜을 물고 계신 할머니는 봉사단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제서야 김 직원은 약속을 지킨 기분이 들었다. 지난달 3일, 마을개발위원회와 함께 공동체 활동을 준비했고, 배구시합을 비롯하여 줄다리기, 캄보디아 전통놀이 등 하루 동안에 걸쳐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다. 그리고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시상식과 시상식 이후에 이어지는 철야 영화제였다. 하지만, 시상식을 준비하고 영화제를 위한 스크린을 설치하는 동안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강한 바람을 동반한 스콜이 내리기 시작했다. 농촌개발국의 소리다는 “이거, 30분이면 그칠거야”라고 말했지만, 1시간이 지나도 비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활동이 진행된 크나사원초등학교 운동장은 물바다가 됐고, 30초만 빗속에 서 있으면 속옷까지 다 젖을 정도로 세찬 비가 내렸다. 결국, 영화제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봉사단은 현지에서 많은 스콜을 경험했지만 낙뢰가 바로 옆을 스치듯 지나가고, 바람에 집 지붕이 날아갈 정도의 돌풍과 1시간 30분 남짓을 쉬지 않고 내리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스크린 설치를 포기하고 교실로 대피한 뒤 멍하니 밖만을 쳐다보고 있을 뿐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 순간, 반대편 건물에서 한 아이가 빗속을 뚫고 김 직원에게 달려와 손을 잡고는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애니메이션 상영장으로 끌고 갔다. 하지만 많은 비로 인해 교실 바닥도 물로 가득했고, 덩그러니 놓인 노트북과 프로젝트만이 봉사단을 반길 뿐이었다. 그곳은 컴퓨터실을 만들기 조성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한 곳이었지만, 낡은 천장이 강한 비바람을 견디지 못했고, 창문 틈으로도 비가 새어들어 장비는 이미 물에 흠뻑 젖은 상태였다. 결국 영화제는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연기된 영화제가 2주 후 다시 열렸다. 그러나 캄보디아어로 더빙된 영화가 상영을 시작한지 30분 후, 또 다시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한 방울 두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갑자지 세찬 비가 내렸다. 다행히 이번에는 이전의 경험을 살려 이미 장비에 비닐 포장을 해 두었고, 대피 장소까지 확보해 둔 상태라 안심이었다. 하지만 바닥이 문제였다. 진흙탕으로 변한 바닥은 봉사단의 발을 놓아 주지 않았다. 그렇게 또 다시 비로 인해 영화제는 중단됐다.
최악의 정전사태 “영화제 또 해요” 마을에서 만난 꼰 싸리엔(kon sarien) 선생님이 우리를 향해 말했다. 우기임에도 가뭄으로 고생하던 마을 사람들이기에 봉사단이 무엇인가 할 때마다 비가 내릴 것 같아서 그랬다는 것이 꼰 싸리엔 선생님의 이야기였다. 그 이후로도 프놈펜 워크숍에 참가하는 길에도, 농촌개발국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항상 비는 봉사단과 함께 했다. 지난 2월 28일, 갑작스런 정전이 일어났다. 한 달에 1~2번 하루정도 정전되는 것이야 일상이라는 이야기도 들었고, 입국한 뒤 몇 번의 정전을 경험했기 때문에 봉사단은 정전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오래 전기가 안 들어온다고 생각했을 무렵 현지인 직원으로부터 교통사고로 인해 송전탑이 붕괴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전에 이어 단수까지 이어졌다. 전기 모터를 이용해 물을 사용하고 있는 봉사단이었기에 이번 정전은 쉽사리 넘어갈 수 없었다. 결국 전체 회의 끝에 하루를 버텨보기로 했다. 빨리 복구가 된다면 다시 전기가 공급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판단은 빗나가고 말았다. 정상적인 전기 공급이 이뤄질 때까지는 약 1주일가량이 소요된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전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물이었다. 더위에는 어느 정도 적응한 그들이어서 버틸 수는 있었지만, 씻지 못하는 것은 전기문제와는 또 다른 문제였다. 하루를 대기한 뒤 파견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봉사단은 인근 게스트하우스로 이동했다. 간단한 짐과 서류와 노트북을 챙겨 이동한 뒤 2시간이 지나자 멀쩡할 것 같았던 게스트하우스 역시 정전. 전기에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믿고 숙소를 정했더니만 자가발전기를 보유한 곳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다행히 물탱크에 보관된 물로 간단한 샤워는 가능했지만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 촛불을 벗 삼아 지낼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조를 나누어 자가발전이 가능한 저가 숙소를 수소문하며 찾아다녔지만, 씨엠립 전체의 문제라 대부분의 숙박시설은 빈 곳이 없었고, 그나마 빈 곳은 자가발전이 불가능해 정전상태였던 것이다. 다행히 현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저가로 숙소를 잡을 수 있었고, 전기가 복구되는 시점까지 안전하게 보낼 수 있었다. 현재까지 6개월 동안 현지에 머물고 있는 농촌개발사업팀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이제 팀원 모두 ‘현지화’가 된 것 같았다. 물론 정전, 비 등 현지 사정으로 인해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히 이벤트성이 아닌, 장기적 안목에서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그들의 열정 또한 매우 높았다. 현재 캄보디아 씨엠립은 우기에 접어든 상태로, 매일 많은 비가 내리고 있지만 그들의 열정은 식지 않고 있다. 김 직원은 “불과 6개월의 시간으로 마을주민들과 함께 무엇을 만들어간다는 것은 욕심인 것 같지만, 웃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이는 된 것 같다”며 “더욱 두터운 신뢰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제 현지에 적응했지만, 앞으로 진행해야 할 사업도 많이 남아 있다. 그들의 열정이 캄보디아의 작은 마을에 진정한 ‘경희의 가치’를 담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 다음달 7일부터 13일간 끄나쯔엉 마을에 파견되는 경희봉사단에는 대학주보 기자가 직접 단원으로 참여해 봉사활동을 하며 현지의 생생한 모습을 전할 예정이다.
김윤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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