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0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번에 식자무식(識者無識) 칼럼게시판을 맡게된 식자무식(識者無識)입니다. (__)

 

어떤 말로 시작할지 막막하지만, 먼저 칼럼의 이름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식자무식이라, 무슨 말일까요? 아는 자가 무식하다? 아는 체하는 사람은 사실 무식하다? 무식한 지식인??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식자에 관련된 예화를 적어보는 것부터 걸음을 떼어보겠습니다.

 



 

서양의 고대 그리스 시대, 아테네라는 도시에 소크라테스라는 학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당대 젊은이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가 대화의 과정을 통해서, 지혜롭다고 자처하던 사람들의 무지를 폭로하는 모습에 젊은이들은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청년들은 소크라테스의 행위들을 흉내 내려 하였고, 아예 지혜롭다고 착각하여 떠벌리는 이들을 직접 논박하러 광장으로 나섰으며, 소크라테스를 모방한 청년들은 무수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청년들의 희생자가 된 다양한 지위의 여러 사람들은 소크라테스에게 자신의 결핍을 덧씨워서 그가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고 주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소크라테스가 당대의 지혜롭다고 여겨지던 이들과 대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하나의 신탁이었다고 하는데요. 어느날 델포이 신전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한가?"에 대하여 신탁(oracle)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내용은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한 자는 바로 소크라테스이다." 라는 것이었다고하여 사람들 사이에서 신탁의 내용이 퍼져나갔습니다.


 

P000015112_M.jpg  - 델포이 원형 신전 -

 

신탁을 전해들은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신탁의 내용을 반박하기로 결단하고 광장으로 나섰고, 당대에 지혜롭다고 여겨지던 이들과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한 대화의 과정에서 소크라테스가 깨닫게 된 것은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사람은 많지는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알고 있던 하나의 지식은 자기 자신이 무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것이었습니다. 그는 아테네 사람들이 믿고 있듯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기에 현자였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신이 무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잊지 않았기에 현자일 수 있었던 것이었지요.

  

 

아기돼지.jpg


동화로 전해지는 아기돼지 형제들에 관한 일화도 우리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시골의 동물마을에 아기돼지 9형제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마을에 늑대가 칩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기돼지 형제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서 숨어있다가 늑대가 돌아가면 마을 광장에서 모이기로 하였습니다. 늑대가 떠났다는 종소리가 들리자, 숨어있었던 아기돼지들이 한 마리씩 광장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진흙과 기름, 거름투성이었지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첫째는 늑대에게 어수룩한 막내돼지가 잡혀간 것은 아닐까 걱정스런 마음에 막내를 불러보자 오물을 뒤집어 쓴 막내 아기돼지가 손짓을 하였습니다. 혹시나하는 생각에 첫째는 부랴부랴 형제들의 숫자를 세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그런데, 형제들의 숫자를 세어보아도 마지막 하나가 빠지는 것이었습니다. 지식이 많은 셋째가 나서서 다시금 세어보았지만 똑같이 한명이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충격에 휩싸인 아기돼지들은 서로가 서로를 세어보기 시작했지만,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절망에 빠진 아기돼지 형제들의 눈동자에는 눈물을 고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오물을 뒤집어 쓴 막내 아기돼지가 숫자를 세어보기 시작했습니다.  “한나…둘, 셋, 넷…다섯, 여서, 일고, 여덞… 그리구 나, 아호ㅂ 헤헤헤” 

아기돼지 형제들은 숫자를 셀 때 자기 자신을 셈에 넣지 않았던 것이지요.

 

 

일화들에서처럼 아마도 식자무식이란 有識(유식)이 無識(무식)과 같아지는 자기-지시적인 질문의 순간을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안다고 가정된 사람(식자)조차 아무 것도 우리에게 알려줄 수 없기에 우리 스스로 질문을 던져봐야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칼럼은 다양한 지식이 아닌 단 하나의 지식이지만, 지금 작동하고 있는 지식들의 연쇄를 불가능하게 하는 지식 아닌 지식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식 아닌 지식, 마치 불가능하게 보이는 지식이 일화에서처럼 쉽게 가능할까요? 소크라테스와 같은 지혜로운 사람들이나 그러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저는 식자무식 칼럼과 여정을 함께할 우리들이야말로 그러한 증거가 신체에 각인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입으면 벗기 위해서는 살점을 뜯어야하는 옷을 입은 것처럼 말이지요. 한번 살펴봅시다.. 

 

우리가 세계를 볼 수 있는 이유는 시각(사회적인 의미에서 그것은 통찰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세계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시각은 자신은 볼 수가 없는 (시각이 불가능해지는) 맹점을 눈동자 속에 포함하고 있기에 가능하게 됩니다. 다시말해서 세계에 대한 시각 혹은 통찰이란 자기 자신이 불가능해지는 맹목의 지점(맹점)을 포함하여야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맹목(blind-ness)의 지점은 보이지 않기에 통찰(insight시각)을 불가능하게하는 지점인 동시에 통찰을 가능하게 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포맷변환_noname01.gif   

- 통찰의 (불)가능조건으로서의 맹점 -


 

어쩌면 통찰이란 맹목이라는 지점을 부분 아닌 부분(-)이자, 자신의 심장으로 품고있어야만 가능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결핍의 지점이 어쩌면, 기존의 시각이 품고있는 맹목의 한가운데에서 터져나오는 섬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섬광을 우리는 잠재적 가능성의 모습으로 품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아는 것이 많지 않기에 연재를 시작하는 것에 두려운 마음이 앞서지만, 다음과 같은 구절을 새기며 걸음을 내딛어보겠습니다.

 

 

오늘날의 시대는 스스로를 탈이데올로기적이라고 선포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데올로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훨씬 더 투쟁의 장이며, 무엇보다도 과거의 전통을 전유하기 위한 투쟁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 -Slavoj-Zizek-


 

人子는 이렇게 말하였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소서.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나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시대는 모르기에 행하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모른다고 믿으며 행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는 이제 이렇게 자신의 분신에게 속삭여야한다. "그들은(우리는) 자기가 하는 일을 알면서도 모르나이다.”  -face-less-

 


 

식자무식(識者無識) 칼럼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오늘의 만평 : 시사에 대한 촌철살인! 침 하나로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시사만평들을 모아서 제공합니다      

     - 대학문화(大學文化) : 오잉 그게 뭐임? 먹는거임? 우걱우걱.. 대학사회 전반에 대한 내용의 연재입니다

     - 식자무식(識者無識) 칼럼 : 단편적인 내용들의 칼럼연재입니다

     - 학술광장 : 신문과 기사, 비평 등 여러가지 학술관련 글들을 모아서 제공합니다

 

 

칼럼은 규정적 비규정적으로 연재가 됩니다.

 

     - 오늘의 만평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게시되며, 대학문화(大學文化)는 1주일에 2번 정도 게시됩니다.

     - 식자무식(識者無識) / 학술광장은 비규정적으로 게시됩니다. ^^

     - 건강상 문제로 연재휴일이 있거나, 연재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아마도 글을 올리는 저 자신부터가 지식이 많지 않기에, 많은 의문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칼럼을 연재하는 이유도 바로 그 지점에 있습니다. 그러한 지점에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동시에 그러한 상황 속에서 문제 자체가 되려는 움직임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댓글도 칼럼에 부분 아닌 부분으로서(부분이지만 전체를 망가뜨릴 수도 있는) 포함된다고 생각하기에, 연재도중 내용에 있어서 댓글로 많이 이야기하시는 것을 환영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칼럼이 학우들과 함께하는 경희 쿠플라자의 운동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9월 9일 이른 아침에, 

 

 

댓글
2010.09.11 11:00:03
구름솜사탕
순도 높은 칼럼이 생긴 것 같아 환영합니다

지식과 무지 그리고 인지부조화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글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존재의 가벼움을 비웃어주시되 너무 무거워지지는 않는 멋진 연재 기대하겠습니다
댓글
2010.10.04 08:01:52
識者無識

제가 건강이 좋지 않아서 자주 연재하기는 어렵겠지만, 독자분들께서 무언가 얻어가시는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글의 부족한 점이 많으니 부디 날카로운 댓글로 지적해주십시오.. 늦었지만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__)

 

댓글
2010.09.12 20:48:29
꼬공♡

와~ ^^

댓글
2010.09.14 08:24:53
e-Lee

와 이런 무게감 있는 글을 쓰시는 분들 부럽부럽-ㅎ

댓글
2010.10.04 08:03:23
識者無識

무거울수록, 전달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ㅠㅠ 

저는 촌철살인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데, 그렇게 글을 쓰기는 굉장히 어려운 것 같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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