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55

비단길 유랑기.jpeg

 

 

 

그다지 멀지 않은 옛날에..


비단길을 꿈꾸는 파란 눈의 고양이가 있었어요.


청묘(靑猫). 그것이 이 녀석의 이름이랍니다.

내가 21살 되던 해. 처음으로 비단길의 책을 접했다네요.

순간, 그녀석은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왜지? 왜일까?

 시간을 돌려, 그때 느꼈던 그의 감정을 들어보자면-..

 

 “참치향이 느껴진다옹. 그것도 일본에선 혼마구로(本マグロ, 본참치)라고 하는, 최고급 참치의 부위 중에서도 이 청묘님이 가장 좋아하는 오오도로(大ドロ), 즉 대뱃살의 향이...냐오...”


“...먹어본 적 있어? 맛, 알아?”


“...시, 시끄럽다옹! 맛 따위는, 안먹어봐도 꿈꿀 수 있다옹!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구! 갸르릉..”


 언제나 꿈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던 그녀석이, 왜 갑자기 상상만 하던 여행을 떠날 생각을 했을까요.

궁금해진 나는, 물음 대신 그가 들고있던 비단길 여행기를 보았습니다.


 

.

..

...

 비단길. 실크로드(Silk Road). 좁게는 중국에서부터 동유럽, 넓게는 한국과 일본에서부터 시작해 중국, 파키스탄, 이란, 터키 이집트에 걸쳐 저 멀리 영국과 프랑스까지- 그리고 인도와 네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러시아 전체를 어우르던 광활한 꿈의 길..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이따금 존재하는 모래폭풍과 군데군데 보이는 해골, 어디 숨었는지 모를 도적이 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비단 또는 금과 은을 실은 낙타를 이끌며 길을 재촉하는 캐러밴(Caravan)..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 위의 좁은 길. 군데군데 숨어서 약탈대상을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도적들과 이따금 떨어지는 낙석이 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바라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롯이 걸어가는 승려 혹은 여행자들..


 수백년 전, 수많은 대상(大商), 경전을 찾으러 가는 승려, 그들을 노리던 도적들과 아라비안 나이트에서나 나올법한 파란 눈의 페르시아 상인 등..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꿈을 지니고 걸어가던 그 길들..

 책 속에서는, 그들이 살아 있더군요. 사진이 아닌 스케치였기에 더욱 그와 나의 마음을 끌었던 것일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동시에 보이던, ‘비단길’의 과거와, 현재. 미래. 순수하고 맑은 비단길의 사람들. 민족, 나라 따위를 초월한 그들의 미소와 행복.

...시간이 남겨둔 공간 속 흔적.


책을 들고서 한참을 빠져있는 나에게, 청묘는 어깨를 툭 치며 넌지시 이야기합니다..


“...알겠냐옹? 그건, 꿈만 꿔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거라구.”

흘깃 쳐다보자, 검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하네요.

. 그것을 느끼고 싶어 떠난다옹. 비단길. 실크로드라는 곳. 향내를 느껴보고 싶어서 간다구. 비록 시간은 흘러흘러 희미한 흔적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들이 남긴 향은 아직까지 짙게 남아있으니까옹. 근데, 이건 역시 직접 가서 맡아보지 않으면 절대 못느끼거든. 세상에는, 직접 부딪히지 않으면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있으니까옹.”


...그녀석의 말이 맞다.

 세상 어떤 것들은 간접적으로 보고, 듣고, 느끼고 스스로의 결론을 내리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그 범위 내 뿐일지도 몰라. ‘어쩌면 과연 가능할까? 이걸 하면 다른 건 못하는데, 어쩌지?’ 하며 걱정하던 생각마저 과감히 버리고선 직접 맞부딛히고, 겪어보지 않으면 평생 느끼지 못할 무언가 역시 반드시 존재하는걸..


 하지만...현실은 냉혹한 걸요. 그까짓 ‘향’을 느끼기 위해 여행하고 방황하는 동안, 다른 자들은 시간을 쪼개쓰고 낭비하지 않으며 더욱 높은 곳에 서서는, 쓸데없는 시간을 소모했다며 나나 청묘를 비웃을걸요.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시간과 경험이란 중요한걸. 내가 21년동안 살아가며 느낀 것은, 모험보다는 평범, 튀는 것보다 무난한 삶, 평화가 필요하고도 당연한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하서는 단 하루라도 쓸데없는 시간낭비를 하면 안된다는 것을..여지껏 많은 책에서, 많은 사람들 속에서, 학교에서, 그렇게 배워왔으니까요. 단호하게 반대의사를 표시해봐야겠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떠나겠다?”


“...그래서? 너는 못가겠다?”

어쭈..이전에는 녀석이 나에게 반박한 적이 없는데요. 조금 당황해버렸어요.

“어..어? 응. 너, 아무 의미도 없을지도 모를 이런 하찮은 여행따위에 시간을 보내다 이 사회의 낙오자가 될 참이야? 사회는 말이야..”


“일방통행이 아니면 안된다?”


...나 참. 고양이가 별 말을 다 알아...


“네가 습관처럼 읊조리던 말이야옹. 맞아. . 모두들 살기 위해서, 결국 빠르게 사회에 적응해. 시간은 금이다! 그리고 대부분 처음엔 꿈을 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가, 일 자체가 목적이고 수단이 되어버리지. 혹은 아예 꿈이라는 것이 없다거나. 어렸을 때의 너는 순수했지? 많은 꿈을 지니고 많은 상상을 했지? 하지만 너도 결국 현실에 수긍하고 그 사회에 녹아들려 했고. 하지만...그것이 네가 사는 인생 이야기의 전부가 되었으면 좋겠냐옹..?”


“...”


“세상은 지금 네가 살고있는 이 사회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세상은 오직 일방통행이 아니라는 것을 느껴보고 싶지 않냐옹..? 사실 너도 느끼지 않냐옹? 답답함. 과연 나는 이걸로 만족하고, 충분한 것일까. 더 이상의 앎은 필요 없는걸까. 어른이 되어가며 ‘성장한다’라는 단어를 쓰면서도, 왠지 크면 클수록 어린아이시절보다 더 못한 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옹..그리고..”


..왜 나는..그녀석이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을까요.

 나는 왜, 이렇게 살아왔던 걸까? 더 커가고 성장하고 많은 것들을 알면 알수록 답답해지고,

때론 누군가에게 비열해지고, 현실을 회피하는 비겁함이 늘어만 갔음에도 나는, 외면하며 살아왔다..그저 모두들 그렇게 사는거라고, 참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약간의 혼란 속에서 그의 말이 뜸해지나 싶었더니, 한 템포 쉰 뒤 나에게 이야기합니다.


“길.”


“...응?”


“길. 이번 여행에서 너나 나나, 우리는 찾을 수 있을거야옹. 일방통행이 아닌, 조금 돌아갈 지라도. 시간이 걸릴지라도..”


“지라도?”


“그 누군가가 닦아 놓은 이상적이거나 대단하거나 멋진 길보다- 험하고 빙빙 돌아갈지라도,힘들고 나를 아프게 할지라도, 끝까지 후회않고 웃어가며 결국에는 꿈을 이룰, 그런 죽여주는 ‘나만의 비단길’을...”


....그녀석의 말에, 저는 온몸이 떨려왔습니다.


 어쩌면, 나는 아직 어린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아직도 ‘’에 대해 약간의 몽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에, 늦지 않았어. 아직 나는, ‘성장’할 수 있는거야...


.

.

청묘녀석의 말마따나 죽여주는, ‘나만의 비단길’을 찾기위해, 그렇게 우리는 여행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여행에서 맡았던 비단길의 ‘향’과, 그리고 내가 찾은 ‘나만의 비단길’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이 ‘향’과 ‘나의 길’이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에 와 닿아 마음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그리고 기왕이면 이 글을 읽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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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를 올리는 란이라길래, 한 번 올려봅니다. 실크로드 여행기이구요, 혹시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다면 자삭하겠습니다~

 

 앞으로 조금씩, 천천히 올리겠습니다. 여정은 10개월...디카에 저장된 수많은 사진들과 니콘 FM2로 열심히 찍어둬 실컷 쌓인 필름통들. 그리고 때때로 한 현지인들의 음악, 목소리 등의 음악과 영상...모든 것들 차곡차곡 정리하며 꾸준히 올릴거랍니다. 서사형태는 옴니버스식으로 쓰려고 합니다.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참, 여행국가는 중국, 파키스탄, 인도, 네팔,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일본 이렇게 총 9개국입니다. 

 

 

SERVICE SHOT. 사진 여러장..앞으로 올라갈 사진들 중 몇장입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으실 때

=>청묘의 블로그 : http://blog.naver.com/pumpmania0

※더 많은 사진들을 보고 싶으실 때

=>청묘의 싸이월드 : http://www.cyworld.com/eljerade

 

 

사진.jpg

댓글
2010.09.07 19:31:26
작곡녀

우왕 기대하겠습니다 +_+

댓글
2010.09.08 07:22:22
청묘

감사해요>_<ㅋㅋ 한주에 한 편씩! 쿠쿠

댓글
2010.09.08 19:52:25
天然紀念物-수리

오오......완전 기대됩니다 +_ +

댓글
2010.09.17 01:06:34
청묘

ㅎㅎㅎ 늦게서야 답글 답니다!! 열심히 쓸게요 +_+

댓글
2010.09.15 08:09:04
우주소년아톰

멋져요 ㅎㅎ 기대할께요 올라오는글

댓글
2010.09.17 01:07:30
청묘

넵 감사합니다 ㅋㅋ+_+ ㅋ 글 쓰고싶어 근질근질~ㅎㅎ

댓글
2011.01.25 05:01:43
테디베어

기대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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