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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형 어디 갔어?”

 매번, 저녁때가 되어 텐트를 치고 쉬고 있을 무렵-동생인 Khatana에게 으레 묻게 되는 말이었다. 물론 어떤 대답을 들을지는 이미 알고 있다.

“응. 형, 친구 집.” 하며 더듬더듬 어설픈 영어로 대답을 하는 Khatana를 바라보며 우리는 으레 그럼 그렇지, 하며 수긍하고야 만다. 고용주를 남겨두고 동생에게 식사준비를 시키고는, 근처 친구 집에 놀러나 가는 형 Rafiq의 작태...이제는 거의 포기했다.

 파란만장했던, 그러나 그만큼 남는 것이 많았던 소남마르그(Sonamarg)비션 사르(Vision Sar) 트레킹. 그래도 시작은 꽤나 그럴 듯 했는데 말이다.

 

 

                                          크기변환_SNV37501.JPG

                                    소남마르그 입구에 세  워진 표지판. 오른쪽에 보이는 입구가 마을의 초입이다.(By NV3)

 

 

 Sonamarg, 즉 소남마르그는 원래 군사적 목적에 의해 세워진 작은 마을이다. 이곳은 파키스탄ㆍ인도와의 마찰이 잦은 잠무ㆍ카쉬미르(JammuㆍKashimir)령에 속해있는 도시로서 인도 현지인들에게 천국의 휴양지로 불리우는 스리나가르(Srinagar)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로 유명해진 라다키들의 터전인 레(Leh) 의 사이에 위치한다. 군사적 목적으로 세워진 마을이니만큼 마을은 상당히 초라하다. 스리나가르와 레를 연결하는 유일한 길을 따라 1km 남짓한 길이로 집과 식당, 자그마한 게스트 하우스 몇 개가 위치해 있으며 마을의 초입과 끝부분에 군 부대와 함께 검문소가 존재하는 것이 전부다. 길을 따라 존재하는 집들 이외에는 아무리 둘러봐도 이 마을이 마을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 온 이유는, 스리나가르      에서 만났던 한 교수의 추천 덕분이었다.

길을 가다 우연찮게 대화를 나누게 된 Zahoor라는 이름의 교수는 우리에게 소남마르그의 비션 사르(Vision Sar)키션 사르(Kishan Sar)라는 곳의 트레킹에 대해 소개해 주었다.

 

“Sar는 힌디어로 호수를 뜻하며, 이 비션 사르와 키션 사르는 해발 2500m 보다 높은 곳에 존재하는 호수예요. 산맥 사이사이로 보이는 빙하들과 고지 위에 넓게 펼쳐진 초원, 기다란 폭포수와 맑은 하늘 등이 어우러진 데다가, 아직 개척되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무척 아름다운 곳이지요. 그리고 가이드와 텐트 없이도 당일치기로 열심히 걷기만 하면 다녀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돈도 별로 들지 않을 거예요.”

 

라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 덕분에 우리의 마음도 동하고야 말았다. 여행길에 만나 동행중이던 쟈유인 형님과 나는 고민을 하다 결국 트레킹을 가기로 결정했고, 교수에게 세부일정과 가는 법 등을 듣고 준비를 한 뒤 이곳에 온 것이다.

 

 나름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보자며 거창하게 소남마르그행을 선택한 쟈유인 형과 나. 아직 유명해진 곳이 아니기 때문에 트레킹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는 자그마한 기대와 함께 도착한 소남마르그는 우리의 기대를 무참하게 즈려밟아 주었다. 보통 유명한 여행도시에는 여행사들이 지천에 깔려있어 트레킹을 한다손 칠 때 많은 여행사를 돌아다니며 가격비교를 한 뒤, 싼 가격에 많은 것이 포함된 패키지를 고르는 순서로 돌아가지만-이곳은 그런 형태를 한 여행사 자체가 한 군데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 정부에서 운영한다는 정부 산하 여행자 안내센터(Government Tourist Center of Sonamarg)라는 명패가 붙은 작은 건물에서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불러대질 않나, 근처에 군사시설이 있는데다 2박 3일정도 소요되는 상당히 먼 거리를 트레킹 하는 것이라 정식 가이드와 텐트 없이는 비션 사르까지의 트레킹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충격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게 왠 말..?

 

 형과 나는 무척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요구하는 만큼의 가이드를 고용할 돈과 배짱은 없을뿐더러, 그렇게 럭셔리한 트레킹을 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산천을 느끼고 즐기며 자유로이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단기 트레킹을 바라고 있었기에 틀에 박힌 관광을 바라지도 않았다. 이 조그마한 도시에 온 이유는 단지 트레킹 하나 때문이었는데, 그것을 하지 않게 된다면 굳이 이 도시에서 하루를 더 묵을 필요도 없다. 결국 이곳을 바로 떠나자는 결정을 내리고 형과 함께 버스를 찾으려 했지만..유일한 교통수단인 버스조차 하루에 두 세대가 전부이기 때문에 이미 끊긴 상태란다. 설상가상이다.

 

 결국 아주 허름한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었다. 혹시나 싶어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아저씨에게 비션 사르로의 트레킹을 물어봤으나, 이 아저씨는 정부 산하 여행자 안내센터 사람들보다 더한 가격을 부른다. 이거..주인 아저씨가 착해보인다 싶었더니, 인도인들 특유의 터무니없는 바가지 씌우는 능력이 발동되는 것은 매한가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일 다시 이곳을 떠나는 버스시간을 알아보자..며 형님과 함께 터덜터덜 게스트하우스를 나왔건만, 이대로는 왠지 너무나도 억울한거다. 기껏 스리나가르에서 레로 가는 버스를 타고 스리나가르→레 티켓의 2/3의 가격이나 되는 돈을 내면서 이곳까지 왔건만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돌아가기엔 너무 억울했다. 결국 나는, 형을 불러 세웠다.

 

“형.”

피곤한 기색의 형은 억지로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응?”

 

“...이대로는 너무 억울하지 않아요? 어디, 사설로 트레킹 하는 친구들이라도 찾아서 해보는 게 어때요?”

 

나의 말에, 눈에 생기가 띄기 시작한 형의 모습.

“...그럴까? 나도 이렇게 가면, 평생 후회할 것 만 같아. 이건 아니잖아..! 억울하다구!”

 

 그렇게, 둘이서 어떻게든 트레킹을 해 보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릴 무렵...약에라도 취한 듯 흐리멍덩한 파란 눈에 깡마른 얼굴, 정돈을 하지 않아 여기저기 듬성듬성 지저분하게 튀어나와 있는 수염, 두 달은 빨지 않은 듯 한 지저분한 파란 츄리닝과 땟국물이 굳어 더욱 진한 손금을 그려낸 손을 흔들어대는 한 아저씨가 다가오며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Trekking? Pony?(트레킹? 당나귀?)”

....영어실력이 서툰 우리에게도 여실히 어디서 주워들은 단어를 읊는 듯 함이 여실히 전해지는 그의 억양, 누렇게 변해버린 치아를 드러내며 음흉하게 미소짓는 그의 모습..그것이, 우리와 천하에서 가장 나태한 가이드 Rafiq와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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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남마르그 마을에서 뒤로 조금만 벗어나면 위와 같은 정경이 펼쳐진다.(By F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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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위에 오붓이 서 있던 두 나무(By F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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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남마르그 마을의 초입에 있던 이름모을 마을. 강가 주변에 모여 있었다.(By NV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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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백마. 이곳이 높은 고지라고 믿겨지지 않던 순간이다.(By NV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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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fiq의 모습이 상상되시려나요?^^

첫째편 치고 너무 짧은 게 아닌가....걱정을 해봅니다.

하지만, 계속 미루다가 이제서야 시작하는거라..처음부터 너무 무리하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서 조심스레 이렇게 올리네요.^^

다음편에는 간단한 트레킹 준비과정과 첫째날에 관한 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신분들께, 감사합니다!

 

 

더 많은 사진을 보고 싶으시면

 청묘의 싸이월드 : http://www.cyworld.com/eljerade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으시면

 청묘의 블로그 : http://blog.naver.com/pumpmania0

 

 

 

 

 

 

 

 

댓글
2010.09.16 21:17:38
작곡녀

아뇨 분량 충분히 괜찮은걸요 :D

사진보니까 두근두근거리네요 우왕 저도 가고싶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엄두는안나지만 ㅠ

댓글
2010.09.17 01:08:30
청묘

냐하 ;ㅁ; 벌써 저기 다녀온지 몇개월이나 지난건지..^^ 그리워 죽겠어요 ;ㅅ;

작곡녀님은 어디 다녀오신 적 있으신지..?

갔다왔더니 온 몸이 근질근질해요 다시 나가고싶어서 ;ㅅ;

댓글
2010.09.18 23:20:43
작곡녀

저는 개인적으로 어딜 다녀온적이 없네요 ㅠㅠ

외국이라고해도 고등학교 수학여행이나 , 중국 문화재탐방 정도? ;ㅅ; ,.,.,.

댓글
2010.09.17 08:48:42
꼬공♡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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